권고사직 제안이 해고가 되는 경우
- 권병화
- 2023년 12월 1일
- 2분 분량

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을 임의로 종료하는 것을 ‘해고’라고 규정합니다. 해고는 근로자의 생활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은 해고 등의 인사처분(전직, 징계 포함)에는 <정당한 이유>를 요구합니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에는 사용자의 해고에 타당한 이유(근로관계를 꼭 종료하여야 하는지)가 있는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해고에 필요한 절차를 지켰는지를 포괄적으로 의미합니다. 결국, 사용자가 ‘해고’라는 인사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처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사직은 다릅니다. 근로자가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함에 따라 근로관계 종료가 이루어지는 경우 ‘해고’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당사자 간의 합의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해고 처분에 대한 근로기준법의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회사들이 근로자들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합니다.
주의할 점은 권고사직을 제안하기만 하면 능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권고사직이라도 사직 합의 과정 중 해고로 판단될 만한 언행을 할 경우 근로기준법 상 해고로 인정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2015년 12월, 서울행정법원은 약 30인 사업장에서 이루어진 권고사직이 <사직의 합의>가 아닌, <해고>로 보았고, 근로기준법 상 <정당한 이유(절차적 정의)>를 갖추지 못하였기에 회사가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즉, 권고사직에 따라 근로자가 퇴사하였지만 해고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권고사직이 해고로 판단된 이유입니다. 앞선 사례에서 법원의 판단 근거를 통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근로자가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 대하여 평소 근로자의 업무 수행 능력을 의심하고 있던 회사 대표자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점
2) 근로자가 입사한 지 약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근로자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하고, 제안한 다음 날 ‘거취를 어떻게 결정할 예정이냐’라고 문의하였는데, 입사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3) 근로자가 회사의 권고사직 제안에도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
4) 근로자가 본인의 업무일지에 ‘오늘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라고 기재하였음에도 회사는 대표자의 인감을 해당 업무일지에 날인한 점
법원은 평소 회사가 못마땅하게 여기던 직원에 대하여 사직을 제안하고, 제안하자마자 향후 거취를 물은 점, 근로자가 먼저 사직할 이유가 없었던 점, 실제 사직서도 제출하지 않은 점, 근로자 본인은 사직 합의가 아닌, 해고로 본 사안을 인지하였고 회사는 이의가 없었던 점으로 보아 권고사직의 형식이라도 사실상 해고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권고사직을 진행할 경우 1) 사직서 제출을 반드시 요구하고, 2) 권고사직 협의 과정 중 이미 사직할 것을 전제로 한 질문을 자제하고, 3) 근로자가 공식적인 문서 등에 본인의 상황을 ‘해고’라고 표현한 경우 이를 승인하여서는 아니되며, 동시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반영하도록 수정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렇듯, 많은 회사들이 권고사직을 통해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지만, 그 방식에 따라 언제든 해고로 인정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권고사직 제안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해고가 아닌 사직 제안이라도 보다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CNL Consulting Group 권병화 컨설턴트(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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